"몬스터콜" 보고 난 느낌을 몇 개만 적어봅니다.

 

 

1. 슬프다.

열 두 살짜리 코너 이야기는 슬픕니다. 코너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엄마가 투병 중이기 때문에 식사도 알아서 챙기고, 빨래도 알아서 해야 해요. 그리고 밤마다, 벼랑에서 떨어지는 엄마 손을 놓치는 악몽에 시달려요. 게다가 낮에는 학교에서 못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구요. 열 두 살 인생에서 코너에 몰려 있어요. 그러고 보니 이름도 코너네요. 그런 코너가 너무나 가엾고 불쌍해요.

 

 

 

2. 환상적이다.

12시 7분만 되면 코너 앞에 몬스터가 나타나요. 그리고 세 개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몬스터가 들려주는 이야기 장면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동화처럼 환상적이고 예쁩니다. 나무가 몬스터로 변하는 장면도 무섭지만 멋지구요, 몬스터 목소리도 진짜 몬스터 같구요.(리암 리슨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는 군요) 무서운 장면인데(물론 어른인 제가 막 무섭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코너 입장에서 보면 무서운 장면이지요.) 환상적이에요.

 

 

3. 왜 12시 7분이면 몬스터가 나타나는 걸까?

이것에 대해 영화에서 딱히 설명해 주진 않아요. 그래서 혼자 생각해 봤답니다. 밤 12시 7분은, 첫장면에서 몬스터가 악몽에 시달리다가 깨어나서 힘들어 할 때였어요. 낮 12시 7분은 학교에서 못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시간이구요. 그러니까 12시 7분은 코너에게 몬스터가 필요한 시간이랍니다. 낮에 점심 시간에 괴롭힘을 당할 때, 12시 7분이 되어 몬스터가 나타나고, 코너는 몬스터의 힘을 빌어 아이들을 그야말로 때려 눕히지요. 엄마의 병이 심해져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코너가 할머니집에 갔을 때는, 박물관 같은 할머니 집을 못 견뎌해요. 이제는 코너 스스스로 시계를 돌려서 12시 7분을 만들어요. 그리고 몬스터가 나타나 할머니 집 안의 물건들을 다 때려 부수지요. 억누르고 있는 코너의 감정을 몬스터가 폭발하게 하지요.

 

 

 

4. 죽음을 앞둔 엄마의 위로

죽음을 앞둔 엄마가 코너에게 하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코너가 울면서 약을 바꾸면 엄마 병이 낫는다고 했는데, 왜 안 낫느냐고 하면서 분노해요. 그때 엄마가 말합니다. (정확한 대사는 아니에요. 떠올려서 쓰는 거니까요.)

 

하고 싶은 말 다 해.

나쁜 말을 해도 괜찮아. 나중에 나쁜 말 했던 걸 속상해 하지 마.

마음에 안 들면 다 부숴버려.

그때 엄마가 함께 할게.

 

 

사실 그 얘기를 할 때, 몬스터가 옆에 와 있었어요. 엄마가 침대에 누운 채로 코너를 안고, 고개를 돌려 몬스터를 지그시 바라봐요. 엄마가 바로 몬스터구나 싶더군요. (아래에 스포 있습니다.)

 

사실 몬스터와 몬스터가 들려준 이야기는 그림을 잘 그리던 코너의 엄마가 스케치북에 그려놓은 거예요. 그리고, 코너가 어그렸을 때, 엄마가 코너에게 그림 그리는 것을 가르쳐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바로 그 몬스터를 함께 그린답니다.

 

 

그래요.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슬프지만 마음이 따뜻해져요. 눈물은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키지요. 코너가 힘을 얻어 엄마 없는 세상을 잘 견딜 거라는 걸 믿어의심치 않게 했어요. 그리고 천사 같은 위로보다 몬스터 같은 위로가 더 큰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네요.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착해야 한다, 착해야 한다... 하는 것보다 그래, 힘들면 다 부숴버려, 하는 게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어요. 심통 부리는 아이한테 '그러지 마' 하는 것 보다 '심통나면 심통부려'하고 받아주는 것. 그게 더 현명할지 몰라요. 마지막에 코너가 울면서 말합니다.

- 빨리 끝나기를 바랐어. 엄마가 죽을 것이라는 걸 알았지만, 나을 것이고 믿고 싶은 것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

 

그러자 몬스터가 말합니다.

- 너는 엄마의 손을 놓음으로써, 엄마를 잃지 않았다.

 

아마 마음에 품었다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엄마는 그림을 잘 그렸어요. 코너 또한 엄마를 닮아 그림을 잘 그리지요. 엄마의 재능을 물려받은 코너가 부모의 부재라는 가장 큰 힘듦을 잘 견뎌낼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힐링 영화였어요. 추천!!